上級韓国語 - ちょんげぐりの世界

韓国語の勉強もそろそろビジネスクラスへ乗り換えましょう。上級韓国語をめざして,古狸案先生の授業は随時更新中です。

韓国語ちょっと読書 소나기〔황순원〕全訳

2022-09-25 | 韓国 小説

【소나기〔황순원〕今井久美雄訳】

소년은 개울가에서 소녀를 보자 곧 윤 초시네 증손녀 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少年は小川のほとりで少女を見やいなや,ユンさんの家の曾孫だとわかった。

소녀는 개울에다 손을 잠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少女は小川のほとりに手をつけて水遊びをしているのだ。

서울서는 이런 개울물을 보지 못하기나 한 듯이.

ソウルではこんな小川が見られないかのように。

 

벌써 며칠째 소녀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이었다.

すでに何回目かの少女は学校から帰る途中に水遊びだった。

그런데, 어제까지 개울 기슭에서 하더니, 오늘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서 하고 있다.

昨日まで小川の岸で遊んでいたのが,今日は飛び石の真ん中に座って遊んでいる。

 

소년은 개울둑에 앉아 버렸다. 소녀가 비키기를 기다리자는 것이다.
少年は小川の堤防に座ってしまった。少女がどくのを待とうというのだ。

 

요행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소녀가 길을 비켜 주었다.
思いがけなく通りすぎる人がいて少女が道をよけてやった。

………………………………………………………………………………………

다음 날은 좀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次の日は少し遅く小川のほとりに出て来た。

 

이 날은 소녀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 세수를 하고 있었다.

この日は少女が飛び石の真ん中に座って顔を洗っていた。

분홍 스웨터 소매를 걷어올린 팔과 목덜미가 마냥 희었다.

ピンクのセーターの袖を捲り上げた腕と首筋がひたすら白かった。

 

한참 세수를 하고 나더니, 이번에는 물 속을 빤히 들여다 본다.

暫く顔を洗ったと思ったら,今度は水の中をじっと眺めている。

얼굴이라도 비추어 보는 것이리라.

顔でも映して見ているのだろう。

갑자기 물을 움켜 낸다.

急に水をすくい上げる。


고기 새끼라도 지나가는 듯.

小さな魚でも泳いでいたかのように。

 

소녀는 소년이 개울둑에 앉아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날쌔게 물만 움켜 낸다.

少女は,少年が川のふちに座っているのを知ってか知らずか,ただ,すばやく水をすくい上げていた。

그러나, 번번이 허탕이다.

しかし,全て無駄だった。

 

그대로 재미있는 양, 자꾸 물만 움킨다.

そのまま,面白そうにひっきりなしに水を汲む。

어제처럼 개울을 건너는 사람이 있어야 길을 비킬 모양이다.

昨日のように小川を渡る人がいたら道をよけるようだ。

 

그러다가 소녀가 물 속에서 무엇을 하나 집어 낸다.

そうこうしているうちに少女が水の中から何か一つ摘まみ出した。

 

하얀 조약돌이었다.

白い小石だった。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팔짝팔짝 징검다리를 뛰어 건너간다.

そして,すくっと起き上がり,ぴょんぴょんと飛び石をかけて渡っていった。

 

다 건너가더니만 홱 이리로 돌아서며,
渡りきると,さっとこっちを振り返って

 

"이 바보."
「ばか」

 

조약돌이 날아왔다.
小石が飛んで来た。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少年は我知らず,すっくと立ち上がった。

 

단발 머리를 나풀거리며 소녀가 막 달린다.

短い髪をなびかせて少女はめちゃくちゃに走っていった。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다.

葦原の間の道に入り込んだ。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
後ろには,清涼な秋の陽に輝く葦の穂だけが。

 

이제 저쯤 갈밭머리로 소녀가 나타나리라.

もう,あの辺り葦畑近くに少女があらわれるだろう。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かなり長い時間がたったと思われた。


그런데도 소녀는 나타나지 않는다.

でも少女は現れない。

발돋움을 했다.

背伸びをして見た。

 

그러고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됐다.

それでもかなりの時間が経ったと思われた。

 

저 쪽 갈밭머리에 갈꽃이 한 옴큼 움직였다.

あちらの葦畑近くに葦の花が一握りだけ動いた。

소녀가 갈꽃을 안고 있었다. 
少女が葦の花を抱えていた。

 

그리고, 이제는 천천한 걸음이었다.
そして,こんどはゆっくりと歩き出した。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소녀의 갈꽃머리에서 반짝거렸다. 
格別晴れた秋の日差しが,少女のいるあたりできらっと光った。

 

소녀 아닌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다.

少女ではなくて葦の穂が野路を歩いて行くようだった。

 

소년은 이 갈꽃이 아주 뵈지 않게 되기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

少年はその葦の穂が見えなくなるまでそのまま立っていた。

문득, 소녀가 던지 조약돌을 내려다보았다.

はっと,少女が投げた小石を見下ろした。

 

물기가 걷혀 있었다.

水気が乾いていた。

 

소년은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少年は小石をつかんでポケットに入れた。

 

다음 날부터 좀더 늦게 개울가로 나왔다.

次の日から少し遅く小川に出た。

 

소녀의 그림자가 뵈지 않았다.

少女の姿がなかった。

다행이었다.

幸いであった。

 

그러나, 이상한 일이었다.

しかし不思議なことだった。

 

소녀의 그림자가 뵈지 않는 날이 계속될수록 소년의 가슴 한 구석에는 어딘가 허전함이 자리 잡는 것이었다.

少女の姿が見えない日が続くほどに,少年は心の片隅にどこか穴が空いたように感じ始めたのだった。

 

주머니 속 조약돌을 주무르는 버릇이 생겼다.

ポケットの中の小石をいじる癖がついた。

 

그러한 어떤 날, 소년은 전에 소녀가 앉아 물장난을 하던 징검다리 한가운데에 앉아 보았다.

そんなある日,少年は,以前少女が座って水遊びをした飛び石の真ん中に座ってみた。

 

물 속에 손을 잠갔다.

水の中に手をつけた。


세수를 하였다.

顔を洗った。


물 속을 들여다보았다.

水の中を覗いた。


검게 탄 얼굴이 그대로 비치었다.

黒く日焼けした顔がそのまま映った。


싫었다.

いやだった。

 

소년은 두 손으로 물 속의 얼굴을 움키었다.

少年は両手で水の中の顔をぎゅっと握った。


몇 번이고 움키었다. 
何回か握った。


그러다가 깜짝 놀라 일어나고 말았다. 

そうしていたが,びっくりして起き上がってしまった。

 

소녀가 이리로 건너오고 있지 않느냐.
少女がこちらに渡って来るではないか。

 

'숨어서 내가 하는 일을 엿보고 있었구나.'

「隠れて見ていたんだな」

소년은 달리기를 시작했다.

少年は走り始めた。

 

디딤돌을 헛디뎠다.

飛び石を踏み外した。
 

한 발이 물 속에 빠졌다.

片足が水の中に落ちた。

 

더 달렸다.

さらに走った。

 

몸을 가릴 데가 있어 줬으면 좋겠다.

体を隠すころがあったらいいのに。

이 쪽 길에는 갈밭도 없다.

こっちの道には葦の茂みもない。

메밀밭이다.

そば畑だ。

 

전에 없이 메밀꽃 냄새가 짜릿하게 코를 찌른다고 생각됐다.

前には感じなかったそばの花のにおいがぴりっと鼻を突くと思った。

미간이 아찔했다.

くらっときた。

 

찝찔한 액체가 입술에 흘러들었다.

しょっぱい液体が唇に流れこんだ。

코피였다.

鼻血だった。

소년은 한 손으로 코피를 훔쳐내면서 그냥 달렸다.

少年は片手で鼻血を拭いながら走った。

어디선가 '바보, 바보' 하는 소리가 자꾸만 뒤따라오는 것 같았다.

どこからか「バカ,バカ」と言う声がずっと追いかけて来るようだった。

 

토요일이었다.

土曜日だった。

 

개울가에 이르니, 며칠째 보이지 않던 소녀가 건너편 가에 앉아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小川のほとりに来ると,何日か見かけなかった少女が向う岸に座って水遊びをしていた。

모르는 체 징검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少年は,知らん振りをして飛び石を渡り始めた。

 

얼마 전에 소녀 앞에서 한 번 실수를 했을 뿐, 여태 큰길 가듯이 건너던 징검다리를 오늘은 조심스럽게 건넌다.

少し前,少女の前で一回しくじっただけで,今まで大通りを行くように渡った飛び石を,今日は用心して渡った。

 

"얘."

「ねえ」

 

못 들은 체했다.

聞こえない振りをした。

 

둑 위로 올라섰다.

堤防の上に登った。

 

"얘, 이게 무슨 조개지?"
「ねえ,これ何の貝?」

 

자기도 모르게 돌아섰다.

思わず振り向いた。

 

소녀의 맑고 검은 눈과 마주쳤다. 
少女の清く黒い目と目があった。

 

얼른 소녀의 손바닥으로 눈을 떨구었다.

すぐ少女の手のひらに視線を下げた。

 

"비단조개."

「絹貝」

 

"이름도 참 곱다."

「まあ,きれいな名前」

 

갈림길에 왔다. 
分かれ道へ来た。

 

여기서 소녀는 아래편으로 한 삼 마장쯤, 소년은 우대로 한 십 리 가까운 길을 가야 한다.
ここで少女は下の方に1200メートルくらい, 少年は上の方に約4㎞ほどを行かなければならない。

 

소녀가 걸음을 멈추며,

少女が立ち止まって,

 

"너, 저 산 너머에 가 본 일 있니?"

「ねえ,あの山の向こうに行ったことがある?」

 

벌 끝을 가리켰다.

野原の端を指差した。

 

"없다."

「ない」

 

"우리, 가 보지 않으련? 시골 오니까 혼자서 심심해 못 견디겠다."

「ねえ,行ってみない?田舎に来てから一人で退屈でしょうがないの」

 

"저래 봬도 멀다."

「ああ見えても遠いよ」

 

"멀면 얼마나 멀기에? 서울 있을 땐 사뭇 먼 데까지 소풍 갔었다."

「遠いって言っても,たかが知れてるわ。ソウルにいるときにはずっと遠くまで遠足に行ったわ」

 

소녀의 눈이 금새 '바보,바보.'할 것만 같았다.

少女の目は,すぐにでも「馬鹿,馬鹿」と言いそうな感じだった。

 

논 사잇길로 들어섰다.

あぜ道に入っていった。

 

벼 가을걷이하는 곁을 지났다.

稲を収穫している横を通り過ぎた。

 

허수아비가 서 있었다.

かかしが立っている。

 

소년이 새끼줄을 흔들었다.

少年が縄を揺らした。

 

참새가 몇 마리 날아간다.

スズメが何羽か飛んで行った。

 

'참, 오늘은 일찍 집으로 돌아가 텃논의 참새를 봐야 할걸.' 하는 생각이 든다.

「そうだ,今日は早く帰って,田んぼのスズメを見なくちゃならない」という思いがよぎった。

 

"야, 재밌다!"

「わあ,おもしろい」

 

소녀가 허수아비 줄을 잡더니 흔들어 댄다.

少女がかかしの綱を持って揺らし続けた。

 

허수아비가 자꾸 우쭐거리며 춤을 춘다.

かかしが偉そうに踊った。

 

소녀의 왼쪽 볼에 살포시 보조개가 패었다.

少女の左のほほにかすかなえくぼが浮かんだ。

 

저만큼 허수아비가 또 서 있다.

あそこにもかかしが立っている。

 

소녀가 그리로 달려간다.

少女はそっちの方に走って行った。

 

그 뒤를 소년도 달렸다.

少年もその後を追った。

 

오늘 같은 날은 일찍 집으로 돌아가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잊어버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今日のような日は,早く家に帰って仕事を手伝わなければならないと言うことを忘れようとしているように。

 

소녀의 곁을 스쳐 그냥 달린다.

少女の傍らをかすめて走った。

 

메뚜기가 따끔따끔 얼굴에 와 부딪친다.

イナゴが飛び跳ねてチクチク顔に当たる。

 

쪽빛으로 한껏 갠 가을 하늘이 소년의 눈앞에서 맴을 돈다.

藍色に限りなく晴れわたった秋の空が,少年の目の前でグルグル回る。

 

어지럽다.

クラクラした。

 

저놈의 독수리, 저놈의 독수리, 저놈의 독수리가 맴을 돌고 있기 때문이다.

あのトンビ,このトンビそっちのトンビがグルグルまわっているからだ。

 

돌아다보니, 소녀는 지금 자기가 지나쳐 온 허수아비를 흔들고 있다.

振り返って見ると,少女は今,少年が通り過ぎてきたかかしを揺らしている。

 

좀 전 허수아비보다 더 우쭐거린다.

前のかかしよりもうちょっとえばっている。

 

논이 끝난 곳에 도랑이 하나 있었다.

田圃の端に溝が一つあった。

 

소녀가 먼저 뛰어 건넜다.

少女が先ず先に飛び越えた。

 

거기서부터 산 밑까지는 밭이었다.

そこから山の麓までは畑だった。

 

수숫단을 세워 놓은 밭머리를 지났다.

キビの束を立てた畑の畝を横を通り過ぎた。

 

"저게 뭐니?"

「あれ 何?」 

 

"원두막."

 「番小屋」 

 

"여기 참외, 맛있니?"

 「ここのマクワウリ,おいしいの?」

 

"그럼, 참외 맛도 좋지만 수박 맛은 더 좋다."

「もちろん マクワウリもうまいけど スイカはもっとうまいよ」

 

"하나 먹어 봤으면."

「一つたべてみたいわ」

 

소년이 참외 그루에 심은 무밭으로 들어가, 무 두 밑을 뽑아 왔다.

少年はマクワウリの根元に植えてある大根畑に入っていって 大根を2本抜いて来た。

 

아직 밑이 덜 들어 있었다.

まだ下の方はまだ大きく熟していなかった。

 

잎을 비틀어 팽개친 후, 소녀에게 한 개 건넨다.

葉をねじりとって放り投げて少女に1本を渡した。

 

그러고는 이렇게 먹어야 한다는 듯이 먼저 대강이를 한 입 베물어 낸 다음, 손톱으로 한 돌이 껍질을 벗겨 우적 깨문다.

そしてこのように食べるのだと言うように,先ず頭から一口噛んだ後,つめで皮を剥いでどんどん食べた。

 

소녀도 따라 했다.

少女もやって見た。

 

그러나, 세 입도 못 먹고, "아, 맵고 지려."하며 집어던지고 만다.

でも,ほんの三口も食べずに「ああ,辛くて苦い」と言って投げ捨ててしまった。

"참, 맛 없어 못 먹겠다."

「本当,まずくて食えないな」 

 

소년이 더 멀리 팽개쳐 버렸다.

少年ももっと遠くへ投げ捨てた。

 

산이 가까워졌다.

山が近くなってきた。

 

단풍이 눈에 따가웠다.

紅葉が目の前に近づいてきた。

 

"야아!" 소녀가 산을 향해 달려갔다.

「ヤァ!」 少女が山に向かって走って行った。

 

이번은 소년이 뒤따라 달리지 않았다.

でも,少年はついて行かなかった。

 

그러고도 곧 소녀보다 더 많은 꽃을 꺾었다.

そうして,少女よりも多くの花をむしり取った。

 

"이게 들국화, 이게 싸리꽃, 이게 도라지꽃,……."

「これは野菊 これは萩 これはキキョウ」

 

"도라지꽃이 이렇게 예쁜 줄은 몰랐네.

「キキョウの花がこんなに可愛いなんて。

 

난 보랏빛이 좋아!……

私は紫が好きなの!

 

그런데, 이 양산 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ね,このパラソルみたいな黄色い花は何?」

 

"마타리꽃."

「オミナエシ」

 

소녀는 마타리꽃을 양산 받듯이 해 보인다.

少女はオミナエシを傘を差すようにして見せた。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포시 보조개를 떠올리며.

少し上気した顔に可愛くえくぼを浮かべながら。

 

다시 소년은 꽃 한 옴큼을 꺾어 왔다.

少年はまた花を一握り折って来た。

 

싱싱한 꽃가지만 골라 소녀에게 건넨다.

活き活きとした花だけ選んで少女に渡した。

 

그러나 소녀는 "하나도 버리지 마라."

でも少女は「一つも捨てたらだめ」と言った。

 

산마루께로 올라갔다.

頂上付近に上がって行った。

 

맞은편 골짜기에 오순도순 초가집이 몇 모여 있었다.

向側の谷間に仲むつまじくわらぶき屋根の家が何軒か集まっていた。

 

누가 말할 것도 아닌데, 바위에 나란히 걸터앉았다.

どちらともなく岩の上に並んで腰を下ろした。

 

유달리 주위가 조용해진 것 같았다.

ひときわ周囲が静かになったようだった。

 

따가운 가을 햇살만이 말라가는 풀 냄새를 퍼뜨리고 있었다.

ひりひりするような秋の陽射しだけが,乾いていく草のにおいを広めていた。

 

"저건 또 무슨 꽃이지?"

「あれは何の花?」

 

적잖이 비탈진 곳에 칡덩굴이 엉키어 꽃을 달고 있었다.

少し傾斜している所に,クズのつるがからんで花がぶら下がっていた。

 

"꼭 등꽃 같네.

「まるで藤の花のようだわ。

 

서울 우리 학교에 큰 등나무가 있었단다.

ソウルのうちの学校に,大きなフジの木があったの。

 

저 꽃을 보니까 등나무 밑에서 놀던 동무들 생각이 난다."

あの花を見ていると,フジの木の下で遊んだ友達を思い出すわ」

 

소녀가 조용히 일어나 비탈진 곳으로 간다.

少女は静かに立ち上がって傾斜した所に行った。 

 

꽃송이가 많이 달린 줄기를 잡고 끊기 시작한다.

花房がたくさんぶらさがっているつるを取って切ろうとした。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なかなか切れなかった。

 

안간힘을 쓰다가 그만 미끄러지고 만다.

ありったけの力を入れたとき,滑ってしまった。

 

칡덩굴을 그러쥐었다.

クズのつるを引き寄せた。

 

소년이 놀라 달려갔다.

少年が驚いて走って行った。

 

소녀가 손을 내밀었다.

少女が手を伸ばした。

 

손을 잡아 이끌어 올리며, 소년은 제가 꺾어다 줄 것을 잘못했다고 뉘우친다.

少年は,その手を取って引っ張り上げ,自分が取ってあげればよかったと悔やんだ。

 

소녀의 오른쪽 무릎에 핏방울이 내맺혔다.

少女の右膝に血が出ていた。

 

소년은 저도 모르게 생채기에 입술을 가져다 대고 빨기 시작했다.

少年は思わず傷に口びるを当てて吸った。

 

그러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홱 일어나 저 쪽으로 달려간다.

そして,どうしたことか,ふと立ち上がって向こうの方へ走って行った。

 

좀 만에 숨이 차 돌아온 소년은 "이걸 바르면 낫는다."

少しして戻ってきた少年は「これを塗れば直るよ」と言った。

 

송진을 생채기에다 문질러 바르고는 그 달음으로 칡덩굴 있는 데로 내려가, 꽃 많이 달린 몇 줄기를 이빨로 끊어 가지고 올라온다.

松脂を傷口にこすりつけたかと思うと,少年はクズのつるある所に下りて行って,花がいっぱいついているつるを歯で切って,持って来た。

 

그리고는, "저기 송아지가 있다. 그리 가 보자."

そして「あっちに子牛がいる。あっちに行って見よう」

 

누렁송아지였다.

黄色の子牛だった。 

 

아직 코뚜레도 꿰지 않았다.

まだ鼻輪もはめていなかった。

 

소년이 고삐를 바투 잡아 쥐고 등을 긁어 주는 체 훌쩍 올라탔다.

少年は,手綱を短く取って背中をひっかく振りをしてひょいと飛び乗った。

 

子牛が飛び跳ねてまわって行く。

송아지가 껑충거리며 돌아간다.

 

소녀의 흰 얼굴이, 분홍 스웨터가, 남색 스커트가, 안고 있는 꽃과 함께 범벅이 된다.

少女の白い顔,ピンクのセーター,藍色のスカート,抱えている花束がごちゃ混ぜになった。

 

모두가 하나의 큰 꽃묶음 같다.

全てが一つの大きな花束のようだ。 

 

어지럽다.

めまいがした。

 

그러나, 내리지 않으리라.

でも子牛から降りないでおこう。

 

자랑스러웠다.

自慢げだった。

 

이것만은 소녀가 흉내 내지 못할, 자기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これだけは少女が真似の出来ない自分だけが出来ることなのだ。

 

"너희, 예서 뭣들 하느냐?"

「おまえら,ここで何をしてるんだ?」

 

농부 하나가 억새풀 사이로 올라왔다.

一人の農夫がススキの間から上がって来た。

 

송아지 등에서 뛰어내렸다.

少年は子牛の背から飛び降りた。

 

어린 송아지를 타서 허리가 상하면 어쩌느냐고 꾸지람을 들을 것만 같다.

子牛に乗って,腰を痛めたらどうするんだと,しかられるかと思った。

 

그런데, 나룻이 긴 농부는 소녀 편을 한 번 훑어보고는 그저 송아지 고삐를 풀어 내면서,

"어서들 집으로 가거라. 소나기가 올라."

しかし,ひげの長い農夫は少女の方をじろっと見て,そのまま子牛の手綱をときながら,「早く家に帰りなさい。夕立が来るぞ」

 

참, 먹장구름 한 장이 머리 위에 와 있다.

本当に真っ黒い雲が頭の上に来ていた。

 

갑자기 사면이 소란스러워진 것 같다.

急にあたりが騒がしくなったようだ。

 

바람이 우수수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風がざわざわ音をたてて過ぎていく。

 

삽시간에 주위가 보랏빛으로 변했다.

瞬く間に周囲が紫色に変った。

 

산을 내려오는데, 떡갈나무 잎에서 빗방울 듣는 소리가 난다.

山を降りてくると,柏の葉に雨粒がぱらつく音がする。

 

굵은 빗방울이었다.

大粒の雨だった。

 

목덜미가 선뜻선뜻했다.

首筋がぞくぞくした。

 

그러자, 대번에 눈앞을 가로막는 빗줄기.

すると一気に目の前を塞ぐ雨脚。

 

비안개 속에 원두막이 보였다.

霧の中に番小屋が見えた。

 

그리로 가 비를 그을 수밖에.

あっちに行って雨宿りするしかない。

 

그러나, 원두막은 기둥이 기울고 지붕도 갈래갈래 찢어져 있었다.

しかし番小屋は柱が傾き,屋根もずたずたに破れていた。

 

그런 대로 비가 덜 새는 곳을 가려 소녀를 들어서게 했다.

そんな中で,雨漏りの少ないところを選んで少女を入らせることにした。

 

소녀의 입술이 파아랗게 질렸다.

少女の唇が真っ青になった。

 

어깨를 자꾸 떨었다.

肩をしきりに振るわせた。

 

무명 겹저고리를 벗어 소녀의 어깨를 싸 주었다.

木綿のあわせチョゴリを脱いで,少女の肩を包んでやった。

 

소녀는 비에 젖은 눈을 들어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소년이 하는 대로 잠자코 있었다.

少女は雨に濡れた目を開けて見回しただけで,少年がするまま黙っていた。

 

그리고는, 안고 온 꽃묶음 속에서 가지가 꺾이고 꽃이 일그러진 송이를 골라 발 밑에 버린다.

それから,抱えてきた花束の中から,枝が折れて花がゆがんだものを選んで足元に捨てた。

 

소녀가 들어선 곳도 비가 새기 시작했다.

少女が入っていったところにも,雨が漏れ始めた。

 

더 거기서 비를 그을 수 없었다.

これ以上,雨宿りすることが出来なくなった。

 

밖을 내다보던 소년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수수밭 쪽으로 달려간다.

外を見ていた少年は,何を思ったのかとうもろこし畑の方に走って行った。

 

세워 놓은 수숫단 속을 비집어 보더니, 옆의 수숫단을 날라다 덧세운다.

立っているとうもろこしの束の中をかき分けて見ると,傍のとうもろこしの束を運んでさらに立てかけた。

 

다시 속을 비집어 본다.

もう一度中をかき分けて見た。

 

그리고는 이쪽을 향해 손짓을 한다.

そしてこちらに向かって手招きをする。

 

수숫단 속은 비는 안 새었다.

キビのたばの中は,雨漏りがしなかった。

 

그저 어둡고 좁은 게 안 됐다.

ただ暗くて狭いのがよくなかった。

 

 

앞에 나앉은 소년은 그냥 비를 맞아야만 했다.

前に出て座っている少年は,ただ雨にうたれるままだった。

 

그런 소년의 어깨에서 김이 올랐다.

そんな少年の肩から湯気が立っていた。

 

소녀가 속삭이듯이, 이리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少女がこちらに入ってきて座るようにささやきかけた。

 

괜찮다고 했다.

大丈夫だと言う。

 

소녀가 다시,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少女がもう一度入ってきて座るように言う。

 

할 수 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仕方なく後ずさりをした。

 

그 바람에, 소녀가 안고 있는 꽃묶음이 망그러졌다.

そのはずみに,少女が抱えていた花束がつぶれてしまった。

 

그러나, 소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しかし少女はどうでもいいと思った。

 

비에 젖은 소년의 몸 내음새가 확 코에 끼얹혀졌다.

雨に濡れた少年のにおいが鼻をついた。

 

그러나,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しかし顔を背けなかった。

 

도리어 소년의 몸기운으로 해서 떨리던 몸이 적이 누그러지는 느낌이었다.

むしろ少年の体の温もりで,震えていた体が多少和らぐように感じた。

 

소란하던 수숫잎 소리가 뚝 그쳤다.

騒がしかったトウモロコシの葉っぱの音がぴたっとやんだ。

 

밖이 멀개졌다.

外が明るくなってきた。

 

수숫단 속을 벗어 나왔다.

キビ束の中から抜け出た。

 

멀지 않은 앞쪽에 햇빛이 눈부시게 내리붓고 있었다.

目前に陽ざしがまぶしく降り注いでいた。

 

도랑 있는 곳까지 와 보니, 엄청나게 물이 불어 있었다.

溝のところまで行ってみると途方もない水があふれていた。

 

빛마저 제법 붉은 흙탕물이었다.

色もかなり赤い泥水だった。

 

뛰어 건널 수가 없었다.

飛び越えることができなかった。

 

소년이 등을 돌려 댔다.

少年が背中をまわした

 

소녀가 순순히 업히었다.

少女は素直に負ぶさった。

 

걷어올린 소년의 잠방이까지 물이 올라왔다.

まくり上げた少年のたけの短いズボンまで水が上がってきた。

 

소녀는 '어머나'소리를 지르며 소년의 목을 끌어안았다.

少女は「うわっ」と声を出して少年の首に抱ついた。

 

개울가에 다다르기 전에, 가을 하늘이 언제 그랬는가 싶게 구름 한 점 없이 쪽빛으로 개어 있었다.

川岸に着く前に,秋空が,いつそうなったのかと思うくらいに雲ひとつなく真っ青に晴れていた。

 

그 뒤로 소녀의 모습은 뵈지 않았다.

その後,少女の姿を見かけなかった。

 

매일같이 개울가로 달려와 봐도 뵈지 않았다.

毎日のように小川のほとりに駆けて行っても会えなかった。

 

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운동장을 살피기도 했다.

学校の休み時間に運動場を探してみたりした。

 

남 몰래 5학년 여자 반을 엿보기도 했다.

こっそり5年の女のクラスを覗いてみたりした。

 

그러나, 뵈지 않았다.

しかし見かけなかった。

 

그날도 소년은 주머니 속 흰 조약돌만 만지작거리며 개울가로 나왔다.

その日も少年は,ポケットの中の白い小石をいじりながら小川のほとりに出かけた。

 

그랬더니, 이 쪽 개울둑에 소녀가 앉아 있는 게 아닌가.

するとこちらの川岸の土手に少女が座っているではないか。

 

소년은 가슴부터 두근거렸다.

少年は胸がどきどきした。

 

"그 동안 앓았다."

「今まで病気だったの」 

 

어쩐지 소녀의 얼굴이 해쓱해져 있었다.

なぜかしら少女の顔が蒼白になっていた。

 

"그 날, 소나기 맞은 탓 아냐?"

「あの日夕立にあったせいじゃないの?」

 

소녀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었다.

少女が黙ってうなずいた。

 

"인제 다 났냐?"

「もうよくなったの?」

 

"아직도……."

「まだ…」

 

"그럼, 누워 있어야지."

「じゃあ寝てなきゃ」

 

"하도 갑갑해서 나왔다.

「とても退屈で出てきたの。

 

……참, 그 날 재밌었어…….

…ほんとにあの日楽しかった…

 

그런데 그 날 어디서 이런 물이 들었는지 잘 지지 않는다."

ところであの日,どこでこんな色がついたのかしら。よく落ちないの。

 

소녀가 분홍 스웨터 앞자락을 내려다본다.

少女がピンクのセーターの前すそを見下ろした。

 

거기에 검붉은 진흙물 같은 게 들어 있었다.

そこに赤黒い泥土水のようなのがついていた。

 

소녀가 가만히 보조개를 떠올리며,

少女が黙ってえくぼを浮かべて

 

"그래 이게 무슨 물 같니?"

「ねぇ これ何の水かしら?」

 

소년은 스웨터 앞자락만 바라보고 있었다.

少年はセーターの前のすそを見ていた。

 

"내, 생각해 냈다.

「ぼく,わかったよ。

 

그 날, 도랑을 건너면서 내가 업힌 일이 있지?

あの日,小川を渡るのにぼくがおぶったろ?

 

그 때, 네 등에서 옮은 물이다."

そのとき,ぼくの背中のがくっついたんだ。

 

소년은 얼굴이 확 달아오름을 느꼈다.

少年は,顔がかっと熱くなるのを覚えた。

 

갈림길에서 소녀는 "저, 오늘 아침에 우리 집에서 대추를 땄다. 낼 제사 지내려고……." 대추 한 줌을 내준다.

別れ道で少女は 「あの,今朝,うちでナツメを採ったのよ。あした法事の…」と言て,ナツメを一握り取り出した。

 

소년은 주춤한다.

少年はびっくりしてためらった。

 

"맛봐라. 우리 증조(曾祖)할아버지가 심었다는데, 아주 달다."

「食べてみて。うちのひいおじいさんが植えたんだけど,とても甘いのよ」 

 

소년은 두 손을 오그려 내밀며, "참, 알도 굵다!"

少年は両手を差し出しながら 「本当に実も太いな!」

 

"그리고 저, 우리 이번에 제사 지내고 나서 좀 있다 집을 내주게 됐다."

「それと 私 今度,法事が終わってちょっとしたら 家を出なくちゃならないの」

 

소년은 소녀네가 이사해 오기 전에 벌써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윤 초시 손자가 서울서 사업에 실패해 가지고 고향에 돌아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少年は少女の家が引っ越してくる前に すでに大人達の話を聞いて ユンさんの孫がソウルで事業に失敗して故郷に帰って来るしかなくなったと言う事を知っていた。

 

그것이 이번에는 고향 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게 된 모양이었다.

それが今度は故郷の家まで人手に渡すことになったようだ。

 

"왜 그런지 난 이사 가는 게 싫어졌다. 어른들이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なんでかわからないけど,私は引っ越したくないわ。大人達のすることなのでどうすることも出来ないけれど…」

 

전에 없이, 소녀의 까만 눈에 쓸쓸한 빛이 떠돌았다.

前になく少女の黒い目に寂しさが漂った。

 

소녀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소년은 혼잣속으로, 소녀가 이사를 간다는 말을 수없이 되뇌어 보았다.

少女と別れての帰り道,少年は少女が引越しをするんだという言葉を心の中で何回も何回も繰り返した。

 

무어 그리 안타까울 것도 서러울 것도 없었다.

そんなこと残念でもつらいことでもなかった。

 

그렇건만, 소년은 지금 자기가 씹고 있는 대추알의 단맛을 모르고 있었다.

ただ,少年は,今自分が噛んでいるナツメの実の甘い味がわからなかった。

 

이 날 밤, 소년은 몰래 덕쇠 할아버지네 호두밭으로 갔다.

その日の夜少年はこっそりトクセおじいさんの家のクルミ畑に行った。

 

낯에 봐 두었던 나무로 올라갔다.

昼間に見ておいた木に登った。

 

그리고, 봐 두었던 가지를 향해 작대기를 내리쳤다.

そして見定めておいた枝に向かって長い棒を振り下ろした。

 

호두송이 떨어지는 소리가 별나게 크게 들렸다.

クルミが落ちる音がやけに大きく聞こえた。

 

가슴이 선뜩했다.

胸がどきっとした。

 

그러나 다음 순간, 굵은 호두야 많이 떨어져라, 많이 떨어져라, 저도 모를 힘에 이끌려 마구 작대기를 내리 치는 것이었다.

しかし次の瞬間,大きなクルミや,沢山落ちろ,沢山落ちろと,夢中で力に任せて,やたらに棒を振り下ろした。

 

돌아오는 길에는 열 이틀 달이 지우는 그늘만 골라 디뎠다.

帰り道では十二夜の月がつくる影を選んで踏んだ。

 

그늘의 고마움을 처음 느꼈다.

影の有難さを始めて知った。

 

불룩한 주머니를 어루만졌다.

膨らんだポケットをなでた。

 

호두송이를 맨손으로 깠다가는 옴이 오르기 쉽다는 말 같은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クルミの殻を素手で剥くと,かぶれやすいと言うことなんかは何てことなかった。

 

그저 근동에서 제일 가는 이 덕쇠 할아버지네 호두를 어서 소녀에게 맛보여야 한다는 생각만이 앞섰다.

ただ村で一番のトクセおじいさんの家のクルミを,なんとか少女に味わわせてやらなければという考えだけが先立った。

 

그러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そう思ったとき,あっ,しまったと思った。

 

소녀더러 병이 좀 낫거들랑 이사 가기 전에 한 번 개울가로 나와 달라는 말을 못해 둔 것이었다.

少女に,病気が少しよくなったら 引越し前に一度小川の畔に出てくるように云わなかったのである。

 

바보 같은것, 바보 같은것.

ばかだな ばかだ。

 

이튿날, 소년이 학교에서 돌아오니, 아버지가 나들이옷으로 갈아입고 닭 한 마리를 안고 있었다.

次の日,少年が学校から帰ってくると お父さんが,外出用の服に着替えて鶏を一羽抱えていた。

 

어디 가시느냐고 물었다.

どこに行くのかと尋ねた。

 

그 말에도 대꾸도 없이, 아버지는 안고 있는 닭의 무게를 겨냥해 보면서,

それにも返事はなく,父が抱えている鶏の大きさを見ながら

 

"이만하면 될까?"

 「これぐらいのものでいいかな?」

 

어머니가 망태기를 내주며,

お母さんが網袋を差し出して

 

"벌써 며칠째 '걀걀'하고 알 날 자리를 보던데요.

「もう何日もコッコッと鳴いて卵を産んだのを見ましたよ。

 

크진 않아도 살은 쪘을 거여요."

大きくなくても太っていますよ」 

 

소년이 이번에는 어머니한테 아버지가 어디 가시느냐고 물어 보았다.

少年は,今度はお母さんに,お父さんがどこに行くのかと尋ねた。

 

"저, 서당골 윤 초시 댁에 가신다. 제삿상에라도 놓으시라고……."

「あの ソダン谷のユンさんのお宅に行くのよ。法事のお供えにでも置いてこようと」

 

"그럼, 큰 놈으로 하나 가져가지. 저 얼룩수탉으로……."

「じゃあ,大きなやつを一羽持っていけば。あのまだらのおんどりを」

 

이 말에, 아버지는 허허 웃고 나서,

この言葉にお父さんは ほほと笑って

 

"임마, 그래도 이게 실속이 있다."

「こいつなかなか言うな」

 

소년은 공연히 열적어, 책보를 집어 던지고는 외양간으로 가, 쇠잔등을 한 번 철썩 갈겼다.

少年はなんとなくきまり悪くて,本の包みを放り投げて牛小屋に行き,牛の背中を一度ぴしゃっとたたいた。

 

쇠파리라도 잡는 체.

牛ハエでも捕まえたふりをして。

 

이튿날, 소년이 학교에서 돌아오니, 아버지가 나들이옷으로 갈아입고 닭 한 마리를 안고 있었다.

次の日,少年が学校から帰ってくると お父さんが,外出用の服に着替えて鶏を一羽抱えていた。

 

어디 가시느냐고 물었다.

どこに行くのかと尋ねた。

 

그 말에도 대꾸도 없이, 아버지는 안고 있는 닭의 무게를 겨냥해 보면서,

それにも返事はなく,父が抱えている鶏の大きさを見ながら

 

"이만하면 될까?"

「これぐらいのものでいいかな?」

 

어머니가 망태기를 내주며,

お母さんが網袋を差し出して

 

"벌써 며칠째 '걀걀'하고 알 날 자리를 보던데요.

「もう何日もコッコッと鳴いて卵を産んだのを見ましたよ。

 

크진 않아도 살은 쪘을 거여요."

大きくなくても太っていますよ」 

 

소년이 이번에는 어머니한테 아버지가 어디 가시느냐고 물어 보았다.

少年は今度はお母さんに,お父さんがどこに行くのかと尋ねた。

 

"저, 서당골 윤 초시 댁에 가신다. 제삿상에라도 놓으시라고……."

「あの ソダン谷のユンさんのお宅に行くのよ。法事のお供えにでもしようと」

 

"그럼, 큰 놈으로 하나 가져가지. 저 얼룩수탉으로……."

「じゃあ,大きなやつを一羽持っていけば。あのまだらのおんどりを」

 

이 말에, 아버지는 허허 웃고 나서,

この言葉にお父さんは ほほと笑って

 

"임마, 그래도 이게 실속이 있다."

「こいつなかなか言うな」

 

소년은 공연히 열적어, 책보를 집어 던지고는 외양간으로 가, 쇠잔등을 한 번 철썩 갈겼다.

少年はなんとなくきまり悪くて,本の包みを放り投げて牛小屋に行き,鞍を一度ぴしゃっとたたいた。

 

쇠파리라도 잡는 체.

牛ハエでも捕まえたふりをして。

 

개울물은 날로 여물어 갔다.

小川の水が日ごとに色を変えていった。

 

소년은 갈림길에서 아래쪽으로 가 보았다.

少年は,分かれ道から下のほうへ行ってみた。

 

갈밭머리에서 바라보는 서당골 마을을 쪽빛 하늘 아래 한결 가까워 보였다.

ススキの原から眺めるソダン谷は,真っ青な空の下でひとしお近く見えた。

 

大人達の話が,明日少女の家はヤンピョン村に引越しするとのことだった。

어른들의 말이,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간다는 것이었다.

 

そこに行って小さな店をするそうだ。

거기 가서는 조그마한 가겟방을 보게 되리라는 것이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주머니 속 호두알을 만지작거리며, 한 손으로는 수없이 갈꽃을 휘어 꺾고 있었다.

少年は,無意識のうちにポケットのクルミの実をいじりながら,一方の手で数え切れないほどのススキの穂を曲げて折っていった。

 

その日の夜,少年は寝床に横になっても同じ考えばかりした。

그 날 밤, 소년은 자리에 누어서도 같은 생각뿐이었다.

 

내일 소녀네가 이사하는 걸 가 보나, 어쩌나, 가면 소녀를 보게 될까 어떨까.

明日少女の家が引越しするのを見に行こうか行くまいか。行ってたらば少女に会えるかどうか。

 

그러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는가 하는데,

そうしているうちに,うとうとと眠ってしまったようだ。

 

"허, 참 세상일도……."

「はあ,本当に世の中ってやつは…」

 

마을 갔던 아버지가 언제 돌아왔는지,

村に行っていたお父さんがいつ帰ってきたのか

 

"윤 초시 댁도 말이 아니야, 그 많던 전답을 다 팔아 버리고, 대대로 살아오던 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더니, 또 악상까지 당하는걸 보면……."

「ユンさんのお宅もたいへんなこった。あんなにたくさんの田畑を全部売ってしまって,代々住んでいた家まで人手に渡ってしまったというのに,さらに悪いことが起こったのを見ると…」

 

남폿불 밑에서 바느질감을 안고 있던 어머니가,

ランプの明かりで針仕事の布を手にとっていたお母さんが

 

"증손(曾孫)이라곤 계집애 그 애 하나뿐이었지요?"

「ひ孫は,あの女の子一人だったんでしょう?」

 

"그렇지, 사내 애 둘 있던 건 어려서 잃어버리고……."

「そうだよ 男の子が二人いたんだが,小さい時亡くして・・・」

 

"어쩌면 그렇게 자식복이 없을까."

「どうしてあんなに子供運が無いんでしょう・・・」

 

"글쎄 말이지. 이번 앤 꽤 여러 날 앓는 걸 약도 변변히 못써 봤다더군.

「そうだねえ。今度の子は,かなり長く患っていたのに,薬も十分に買えなかったみたいだな。

 

지금 같아서 윤 초시네도 대가 끊긴 셈이지.……

この様子だと,ユンさんのところも,代が切れるわけだろう…。

 

그런데참, 이번 계집앤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ところで,本当に今度の女の子はふつうの子じゃなかったようだ。

 

글쎄, 죽기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死ぬ前にこんなことを言ったんだって。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自分が死んだら,着ていた服を必ず着せて埋めてくれ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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