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그림자」
윤 동 주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루종일 시들은 귀를 가만히 기울이면
땅검의 옮겨지는 발자취소리, 땅검=땅거미의 잘못.
발자취소리를 들을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던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속에
괴로워하던 수많은 나를
하나,둘 제 고장으로 돌려보내면
거리 모퉁이 어둠속으로
소리없이 사라지는 흰 그림자,
흰 그림자들
연연히 사랑하던 흰 그림자들,
내 모든것을 돌려보낸 뒤
허전히 뒷골목을 돌아
황혼처럼 물드는 내 방으로 돌아오면
신념이 깊은 의젓한 양처럼
하루종일 시름없이 풀포기나 뜯자.
(1942・4・14)
「白い影」
ユン・ドンジュ
黄昏が濃くなる街角で
終日 萎えた耳をすませば
夕闇がうつりゆく足音、
足音を聴けるほど
わたしは聡明だったのか。
いま 愚かにもすべてを悟り
永らく心の底で
悩んできた多くのわたしを
ひとつ、ふたつと ふるさとへ帰せば
街角の闇のなかへ
音もなく消え去る白い影
白い影たち
なごりつきない白い影たち、
わたしのすべてを帰したのち
虚ろに 裏通りを巡り
黄昏のように染まる部屋に戻れば
信念ぶかい 芯のつよい羊のように
ひがな一日 うれいなく草でも摘もう。
「 십자가 」
윤 동 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수 있을가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워ㅆ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 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 1941.5.31)
「十字架」
ユン・ドンジュ
追いかけてきた陽の光なのに
いま 教会堂の尖端(さき)
十字架にかかりました。
尖塔があれほど高いのに
どのように登ってゆけるのでしょう。
鐘の音(ね)も聴こえてこないのに
口笛でも吹きつつさまよい歩いて、
苦しんだ男、
幸福なイエス・キリストへの
ように
十字架が許されるなら
頸を垂れ
花のように咲きだす血を
たそがれゆく空のもと
静かに流しましょう。
(1941年12月の尹東柱です。)